나는 평소에 걸어다니는 것을 즐겨한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에도 웬만한 거리는 걸어다녔다. 여기서 나에게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30분 이내(2km)를 의미한다.
해외 여행을 할 때 걸어다니는 것은 많은 이점이 있다. 걷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여행의 질을 높이고, 현지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해외 여행 시 걸어다니면 현지인들이 사는 모습, 길거리 음식, 작은 상점 등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관광 명소를 방문하는 것보다 훨씬 풍부한 문화 체험을 제공한다. 또한, 걸어 다니면 거리의 예술, 건축물의 세부 사항, 지역 특유의 분위기 등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이런 디테일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는 만나기 어렵다.
걷다 보면 유명 관광지 외에도 작은 골목이나 숨겨진 장소를 탐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보다 개인적이고 독특한 여행 경험을 만들어 준다. 계획에 없던 숨은 명소나 흥미로운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현지인들이 많이 있는 식당이나 카페를 발견하면 구글 맵을 검색해서 그 장소를 확인하고 저장해 둔다. 메모도 곁들인다. 분위기라던가, 메뉴라던가, 가격대라던가 이런 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적어둔다. 나중에 직접 가보면 보석 같은 훌륭한 곳인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걸으면 일정에 구애 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계획에 없던 장소를 즉흥적으로 방문하거나, 마음에 드는 곳에서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다.
해외 여행에서 걷다보면 그 나라가 선진국인지 후진국인지 확연히 구분된다.
선진국은 보행자 천국이다. 보행로는 잘 정비되어 있고, 깨끗하고, 걸어다니면서 치안을 걱정하지 않는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미국의 대도시들은 이제 선진국 도시라고 보기 힘든 것 같다. 후진국에서는 보행로의 보도블럭이 고르지 않다. 그리고 보행로에 각종 노점상이나 식당이나 카페의 의자들이 길을 가로 막고 있다. 게다가 베트남의 경우에는 오토바이를 보행로에 parking해 놓는 경우가 많다. Parking된 오토바이나 노점상을 피하려다 보면 보행로에서 걷지 못하고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차도를 걸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호치민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tourist spot들이 1군 주변에 위치해 있고, 대부분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에 있다. Indepedence Palace, War Remnants Museum, Ben Thanh Market, Saigon Square, Opera House, Nguyen Hue 거리 모두 직선거리로 보면 반경 1~2km 이내에 있다.
1군 보행로들은 상대적으로 깨끗하고 치안도 좋고 보행로 정비도 잘 되어 있어서 걷기에 괜찮은데, 여행자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오토바이들로 가득한 도로를 어떻게 건너느냐이다.
나는 베트남 살이 도합 5년이 되어 가고 특히 작년에 와서는 많이 걸어다니면서 베트남에서 길 건너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베트남에서 길 건널 때 주의해야 하는 세 가지 포인트를 알려주겠다.
지하도나 육교가 있으면 좋겠지만 거의 없다. 지하도나 육교가 있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니 좀 힘들더라도 반드시 지하도나 육교를 이용해라.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 있다면 우선 이용해라. 물론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가 훨씬 많다.
베트남에 횡단보도는 왜 있나 싶을 정도로 베트남 사람들 무단횡단 많이 한다. 그래서 베트남에 익숙하지 않은 여행자 분들도 따라서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말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베트남의 차나 오토바이는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있는 경우에도 stop하는 경우가 적은데 하물며 무단횡단의 경우에는 stop하겠는가? 보행자가 알아서 피할 것을 기대하고 가던 길을 간다.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 목숨값이 비싸지 않아서 교통사고 발생 시 피해 보상을 제대로 받기가 어렵다.
베트남 사람들 목숨값에 대한 일화 한 가지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처음 베트남 주재원으로 부임해서 호치민에 살던 때였다. 새벽 일찍 골프를 치러 나가기 위해서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아파트에서 나가는데 나가자 마자 내 차가 차도에서 차도를 가로지르려던 오토바이와 충돌했고, 순간 정말 오토바이 운전자가 공중에 떴다가 떨어지는 광경도 목격했다. 내 차의 피해는 거의 없었으나 오토바이 운전자는 순간 정신을 잃고 거의 거품을 무는 지경이었다. 명백한 오토바이 운전자 과실이었으나 사람 목숨이 위태로워 보여, 나는 기사에게 사고 수습을 맡기고, 다른 분 차를 같이 타고 골프장에 가기 위해서 골프백을 매고 서둘러 아파트 로비로 돌아왔다. 한 5분 정도 지나니 내 기사가 다시 아파트로 오더라. 어떻게 된거냐 물으니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50만동(당시 약 한화 4만원 좀 안되는 금액) 주고 끝냈다고 한다.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 신분이라면 베트남에서 아무리 교통사고 피해자라도 정당한 보상을 받기가 어렵다.
물론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라고 해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우회전 차량과 오토바이는 전혀 stop하지 않고 지나가며 사거리의 경우에는 좌회전하는 차량과 오토바이도 보행자가 있어도 그냥 들이댄다. 그럴 경우 건너는 방법을 알려주마.
베트남 문화의 상징 중 하나가 오토바이이며, 베트남 사람의 세계관에서 중요한 것이 오토바이이다. 오토바이 중심의 베트남 사람들의 세계관은 따로 소개하겠다.
길을 건널 때 오토바이를 주의해야 할 점은 오토바이는 결코 stop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신호(빨간불) 때문에 멈추는 경우가 있지만 오토바이는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 stop하지 않으려 한다. 자전거 몰아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자전거를 몰다가 stop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계속 가려고 하지 않는가? 오토바이도 마찬가지이다. 횡단보도가 있다고 해서 오토바이는 stop는 절대 stop하지 않으며 보행자의 앞이든 뒤든 지나가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오토바이는 어디서든 나타난다. 오토바이는 보행로에도 나타나고, 역주행도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식에 기반해서 주의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순방향만 보지 말고 역방향도 체크해야 한다.
오토바이가 계속 지나가는 길이 있으면 건너기 주저되겠지만 어쨌든 길을 건너야 한다면 오토바이와 차가 오는 것을 보면서 길을 건너기 시작해야 한다. 길 건널 때 손을 드는 경우도 있는데 아무 소용없다. 길을 건널 때 절대 갑자기 뛰거나 뒤돌거나 하면 안된다. 오토바이는 길을 건너는 당신을 보면서 당신 앞으로 지나갈 지 뒤로 지나갈지를 정한다. 그런데 갑자기 뛰거나 뒤돌거나 하면 이미 진로를 정해서 오고 있는 오토바이와 충돌할 위험이 높다. 오토바이와 보행자가 충돌하면 오토바이 잘못이지만 오토바이로 인해 교통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보상받기는 어렵다. 베트남 오토바이 보험가입율이 30% 밖에 안된다고 하며(2020년 기준) 외국인 여행자 신분으로 보상받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오토바이의 흐름을 보면서 일정한 속도로 길을 건너고 오토바이 흐름과 상당히 멀어졌다고 느낄 때에만 빠른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벗어난다.
사실 익숙해지면 그렇게 어렵지 않으며, 오토바이 운전자들과 눈으로 소통하면서 그들의 진로에 대한 눈치를 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을 따라서 건너는 것도 좋은 팁이다.
베트남 사람은 강아지 두 마리 잡고 여유롭게 길을 건너지 않는가?
베트남에 오시는 분들 항상 주의하되 너무 겁먹지 마시고 걸어다니면서 베트남 로컬의 매력을 느끼고 즐기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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