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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라이프

베트남의 오토바이 중심 세계관을 알아보자

by 호사남 2024.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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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처음 온 분들이 하나 같이 가장 많이 놀라는 것이 오토바이들의 끝없는 행렬이다.

퇴근시간 헬이 펼쳐짐

 

 
이 정도면 바이크 행렬 중 순한 맛에 가깝다


지금은 차가 늘고 오토바이의 비중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길을 가득 매운 오토바이들을 본 한국 사람들의 질문은 늘 비슷하다. 여기서 어떻게 운전을 하냐고. 사실 나는 베트남에서 운전을 하지 않는다. 해본 적도 없다. 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내가 주재원으로 있던 20여년 전에는 한국 사람들은 모두 기사가 있는 차를 이용했는, 이제는 직접 운전을 하는 한국 사람들도 꽤 많아진 듯 하다.
로터리에서는 사방에서 오토바이가 나타나는데 서로 양보란 없다
 
베트남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탄 모습을 보면 한국 사람들이 놀랄만한 일이 많다.
4명 가족이 한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은 상당히 흔하다. 어른 2명, 애들 3명까지 5명이 한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것도 보았다. 오토바이 뒤 쪽에 강아지를 태우고 가는데 강아지를 붙잡아 주지 않아도 안정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역시 오토바이가 생활의 중심이 되는 베트남에서는 강아지도 다르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강아지가 오토바이 운전 중이다
 
 
요즘은 보기 어려운데, 예전에는 오토바이에 냉장고를 싣고 가는 것도 본 적 있다. 양문형 냉장고는 아니지만 아주 작지는 않은 냉장고를 오토바이에 적재하여 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오토바이는 20세기 중반부터 베트남에 도입되다. 처음에는 소수의 부유층만이 소유할 수 있었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경제 개방과 함께 급격히 보급되었다. 특히 일본과 중국에서 생산된 저렴하고 내구성 있는 오토바이들이 대중화의 주역이 되었다. 오늘날 베트남의 주요 도시는 물론이고, 시골 지역에서도 오토바이를 쉽게 볼 수 있다.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서 오토바이는 빼 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출퇴근이나 장보기를 위해 오토바이를 사용하며, 학생들도 학교에 가기 위해 오토바이를 탄다. 보통 고등학생이 되면 직접 오토바이를 운전해서 학교를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한, 오토바이 택시인 "xe ôm(세옴)"은 빠르고 편리한 이동 수단으로, 자가용, 택시, Grab 보급으로 차량 이용이 늘었다고 해도 여전히 베트남의 주요한 교통 수준 중 하나이다.
거의 대부분의 배달(택배 포함)도 오토바이로 하고 있다. 오토바이로 큰 물건도 배달하기도 한다. 한국처럼 택배기사가 택배물품을 문 앞에 두고 가거나 하지 않고, 택배기사가 수령인을 만나서 직접 물건을 건네는 시스템(Cash On Delivery: COD)이기 때문에, 따로 택배를 받아주는 사람이 없고 수령인을 못 만나면, 큰 물건의 경우 택배기사(오토바이)가 다음날 물건을 다시 배송하지 않고 그냥 물건을 발송인에게 돌려보내기도 한다.
오토바이의 대중화는 대기오염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였다. 많은 오토바이들이 배출하는 배기가스는 도시 공기 질을 저하시켜서 과거에 한국에서 오토바이로 가득 한 호치민에 올 때마다 호치민의 공기가 너무 안 좋다라고 불평하고는 하였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는 친환경 오토바이 도입을 장려하고 있으며, 전기 오토바이와 같은 대체 교통수단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한국의 공기가 더 안 좋은 것 같다. 한국에 가면 코가 막히고 숨 쉬기 어렵고 마스크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다가 호치민으로 돌아오면 코가 트이고 숨 쉬기 좋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분 탓인가?
특히 요즘 같은 우기에는 비가 쏟아지고 나면 공기가 꽤 상쾌해진다. 호치민 공기가 서울보다 좋다는 저의 주장을 믿지 않는 분들이 많을 게다. 나는 맑은 하늘에 달 사진을 찍어서 달이 선명하게 나오지를 통해서 공기의 질이 좋은 지를 확인하는데, 호치민에서 찍은 달 사진이 서울에서 찍은 달 사진보다 훨씬 선명하다.
서울에서 정말 날씨 맑을 때 찍은 선명한 보름달 사진
 

호치민에서는 선명한 보름달 찍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토바이가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에서 뗄레야 땔 수 없는 필수품이다 보니, 오토바이가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 소비, 심지어 생각까지 많이 지배하고 있다.
예전에 군대 있을 때 운전병들이 다른 보직의 병사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었다. '운전병들은 삼 보 이상 걷지 않는다.' 베트남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오토바이를 이용하면 삼 보 이상 걷지 않으려 한다. 오토바이는 좁은 골목에도 들어갈 수 있고, 목적지 바로 앞 횡단보도에도 주차할 수 있어서 걸을 일이 정말 적다.
그래서 베트남 대도시에는 버스, 전철 같은 대중교통이 아직 충분히 발전되어 있지 않다. 하노이 전철이 최근에 운행을 시작했고, 호치민 전철은 올해말 운행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버스는 있지만 이용률은 그렇게 높지 않다. 그럴 수 밖에. 대부분 자차(?) 운전자이니...
오토바이가 횡단보도에 올라오거나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횡단보도에 parking하는 일이 많다 보니, 횡단보도의 보행환경이 상당히 열악하다. 거기다가 베트남 특유의 노점상들도 가세한다. 횡단보도도 좁은데 잘 정비되어 있지 않고 오토바이나 노점상에 의해 점령되어 있으니 횡단보도를 이용해서 걷기가 무척 불편하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 대부분은 오토바이를 이용하고 걸어다닐 일이 별로 없으니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
도대체 보행자는 어떡하라고고
 
오토바이는 자동차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베트남 우기에는 일시적으로 많은 비가 쏟아져 내리는데 이때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상당히 쉽지 않다. 물론 판초 우의 같은 우의를 쓰고 오토바이를 타고 나니는데, 안경 쓴 사람들 경우에는 안경에 성에도 끼기 때문에 고충이 이만저만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비가 많이 오면 사람들이 자차를 많이 이용해서 길이 많이 막히는데 베트남에서는 비가 많이 오면 오히려 통행량이 줄어든다. 물론 출퇴근 시간, 특히 퇴근 시간에는 비가 많이 와도 칼퇴는 해야 하기에 모두 우의 입고 오토바이 타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길은 온통 헬이 된다.

 

비가 쏱아지니 통행량이 확 줄었다

 

요즘 베트남 공안들이 음주 단속을 꽤 많이 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술을 많이 먹는 연말시즌(12월부터 1월까지)에는 저녁에 음주 단속 때문에 차가 막히는 경우도 많다. 음주운전에 대해서 베트남 정부는 술을 얼마나 먹었는지와 상관없이 ‘술을 마시고 운전하면 무조건 처벌한다’는 강력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음주 단속에 걸리면 어마어마한 벌금을 내야 한다. 오토바이 음주운전 벌금은 최대 40만원 정도 되며, 우리나라 물가로 따지면 한 2백만원 정도 내야 한다고 보면 된다.
오토바이 대리운전은 아직 보기 힘들다. 내 주변의 베트남 사람들 중 오토바이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대부분 술을 먹지 않고 오토바이를 가지고 귀가하거나, 술을 먹을 생각이면 아예 오토바이를 집에 가지고 가지 않고 택시나 그랩을 이용해서 귀가한다. 다음날 오전에 출근하기가 불편하고 경제적 부담도 있기 때문에 아예 술을 안 먹는 경우가 더 많다. 귀가 후 집 주변에서 음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베트남 사람들 시간 관념이 약해 보이는데, 그것도 오토바이의 영향이 크다. 오토바이가 워낙 많고, 오토바이가 쏟아져 나오는 시간에는 이동 소요시간을 추정하기 어렵고 variation이 크기 때문에, 호치민이나 하노이 같이 혼잡한 시내에서 당초 예상보다 10~20분 늦는 것은 일상이다. 특히 퇴근시간이나 토요일 저녁 약속 시에는 약속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오는 일은 예사이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많이 쓴다. 공기질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장시간 오토바이를 타다 보면 콧구멍에 까만 먼지가 끼기도 한다. 더운 나라에서 마스크까지 쓰다 보니 베트남 여성들이 진한 화장을 하기를 꺼려한다는 얘기가 있다. 땀으로 흘러내리고 마스크에 묻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Grab이 보편화되면서 화장을 제대로 해야 하는 날에는 오토바이를 타지 않고 Grab으로 차를 불러서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서 진한 화장도 늘고 있는 듯 하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베트남 여성들의 화장술은 아직 한국 여성들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다.)
베트남 젊은 여성들의 꿈(?)이 나중에 더운 날씨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이동할 수 있고 화장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차를 가진 또는 차를 살 수 있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라고 한다. 차를 가진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팔자 고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 남자가 베트남 여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한국 남자와 결혼하면 차를 타고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또한, 오토바이 탈 때 반드시 헬멧을 써야 한다. 예전에는 헬멧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헬멧 미 착용자들을 보기 어렵다. 공안들이 헬멧 착용 여부를 아주 강하게 단속한다고 한다. 헬멧을 써야 하기 때문에 베트남 사람들이 헤어 세팅을 많이 하지 않고, 머리에 힘주고 다니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기 어렵다.
베트남 내 한류 열풍이 불고 한국 화장품 인기가 올라갈 때, 한국 화장품들 중 색조 화장, 헤어 세팅 제품은 초반에 상당히 고전했다고 들었다.
 
오토바이를 이용하면 언제 어디든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에 가족들은 주말에 오토바이를 타고 나와서 외식을 하고 여가를 같이 즐기며, 연인들은 오토바이를 같이 타고 데이트 장소에 가고 오토바이 위에서 데이트도 많이 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단거리 이동에 대한 부담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장거리 이동에 대해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 오토바이로 장거리 이동은 쉽지 않은데, 베트남 내 장거리 이동을 위한 버스, 기차 등 대중 교통 수단은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운전하는 사람들은 중간에 멈추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자전거를 몰아볼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일단 자전거를 타면 웬만하면 멈추지 않는다. 멈추면 자전거는 한쪽으로 넘어지는데, 오토바이는 넘어지지는 않지만 운전자가 다리를 내려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웬만한 횡단보도에는 오토바이는 멈추지 않고 보행자의 앞이나 뒤로 지나간다. '베트남에서 길 건너는 법을 알아보자' 편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오토바이가 보행자를 위해서 멈출 것이 생각하지 말고 오토바이의 흐름을 잘 보면서 오토바이를 앞뒤로 피해가면서 길을 건너야 한다.
 
베트남 오면 오토바이에 너무 놀라지 말고 오토바이로 인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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