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남 한국에 다녀오느라 글을 올리지 못했다. 베트남에 일 하다가 한국에 잠깐 들어가면 매일 바쁘고 여유가 없다. 특히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블로그를 집필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반려견 둘을 키우고 있다. 개인적으로 "마리"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찮은 동물이라는 느낌이 들어서다. 나는 항상 가족 아니면 식구라는 표현을 쓴다. 그래서 식구나 몇이냐고 누가 물어보면 여섯 식구라고 한다. (사람 4, 강아지 2)
큰 아이는 벌써 11살이 다되어가는 어르신이고, 둘째 아이는 8살 된 에너지 넘치고 수다스런 아주머님이다. 가족들과는 매일 영상통화도 해서 예전에 외국에 혼자 있을 때 보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느낌이 덜한데, 강아지들은 생각이 많이 난다. 강아지들은 영상통화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아빠의 냄새가 나지 않아서인지 아빠가 나오는 영상통화 화면을 보여줘도 감흥을 보이지 않는다.
베트남에 와서 강아지들을 보면 한국에 있는 강아지들 생각도 나고 해서 베트남 사람들이 반려견을 키우는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베트남도 나라가 발전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여년전에는 강아지들을 길에서 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길거리에서 강아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베트남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문화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농촌 지역에서 경비 목적으로 키우던 반려견이 이제는 도시 지역에서도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화, 경제 발전, 그리고 서구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 도시화와 반려견 문화의 변화
베트남의 급속한 도시화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도시에서는 작은 아파트나 집에서 생활하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반려견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집을 지키거나 농작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던 반려견이 이제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다양한 품종의 반려견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는 한국에서 인기있는 말티즈, 푸들 등의 작은 강아지들을 키우는 가정들이 많다. 선선한 저녁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들과 함께 여유롭게 산책을 즐긴다.
2. 경제 발전과 반려견 산업의 성장
베트남의 경제 발전은 반려견 산업의 성장을 촉진시켰다. 반려견을 위한 사료, 장난감, 의류, 그리고 미용 서비스 등이 점점 더 많이 제공되고 있다. 또한, 반려견을 위한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와 보험 상품도 등장하였다. 호치민 거리에는 반려견 용품을 파는 상점이나 동물병원, 반려견 미용 서비스해주는 곳들도 많이 눈에 띈다. 반려견 용품을 파는 상점에 가면 한국에서 보던 사료나 간식들이 상당히 많다.
3. 서구 문화의 영향
서구 문화의 영향도 베트남의 반려견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인해 서구의 반려견 관련 정보와 트렌드가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이를 통해 베트남 사람들은 다양한 반려견 훈련법, 건강 관리법,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4. 반려견과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
베트남에서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점점 더 보편화되고 있다. 공원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거나, 반려견 친화적인 카페나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또한, 반려견을 위한 다양한 행사나 모임도 개최되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 간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다.
5.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도전 과제
반려견을 키우는 문화가 확산, 발전됨에 따라 사회적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반려견을 책임감 있게 키우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 단체들이 다양한 캠페인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유기견 문제나 반려견 복지에 대한 인식 부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이 남아 있다.
이런 ChatGPT스러운 얘기들 말고, 베트남 반려견 키우는 문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베트남에서는 강아지들을 줄로 매어서 키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호치민 시내를 걷다 보면 많은 강아지들이 길에 널부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워서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강아지들을 피해다녔는데 요즘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목줄을 하지 않다보니 목줄 범위 내의 자기 영역이라는 생각보다 그냥 공존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베트남 강아지들에게 생긴 것 같다. 공격성을 보이는 강아지들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매우 온순해 보이며 사람들이 지나가도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집 주변을 시크하게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베트남 강아지들은 오토바이 타는데 매우 익숙하다. 오토바이 뒷자리에 편안히 앉거나 주인 앞에서 핸들을 능숙하게 잡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코로나 시절 베트남의 한 가족이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그들이 키우던 강아지 16마리(무려!)와 고양이 한마리를 베트남 지역 정부가 살처분하여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 일으켰던 적이 있다. 이때 강아지들을 모두 싣고 이동하는 장면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493178
코로나 광풍의 시절이었다 하지만 강아지까지 살처분한 조치는 이해하기 어려우며, 강아지들의 명복을 빈다.
베트남에 혼자 살면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내가 출근할 동안 혼자 남은 강아지가 무척 외로울 것이고, 주기적으로 한국 다녀와야 하는데 누구에게 맡기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무엇보다 나중에 헤어지게 될 때 기분 안 좋을 것을 생각하면 도저히 베트남에서까지 강아지는 키우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냥 지나가면서 보는 강아지들에게 미소를 지어주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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